사업자등록증.
사업을 시작하려는 당신이 가장 먼저 손에 쥐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사업자등록증입니다. 이 아무것도 아닌 종이 한 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는걸 보면서, 사업자등록이 부가세의 시작이자 끝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세무서에서 일을 하다보니, 사업자등록증을 잘못 신청해서 손해를 보는 분들을 생각보다 꽤 많이 보게 됩니다. 부가가치세과에서 생기는 악성 민원 중에 사업자등록증 비중이 매우 큰 것도 이런 이유에서겠지요.
1년 매출이 5백만원에 불과한 A는 그중 50만원을 부가세로 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세금이 아깝다고 주변에 호소하니 누군가가 말해주죠. “간이로 사업자를 냈으면 그 50만원 안내도 되는 돈인데?” 왜 이런 중요한 정보는 꼭 뒤늦게 알게 되는 것 인지. 간이과세자가 뭔지도 몰랐던 A는 그제서야 사업자등록을 잘못 냈다는 것을 후회합니다.
또 바로 얼마 전엔 100억짜리 건물을 지은 건축주가 10억의 부가가치세 환급신청을 했지만, 사업자등록증 관련 실수 때문에 환급도 못 받고 1억원의 가산세를 물게 된 걸 직접 보기도 했습니다. 그분 곁엔 오랜 경력의 세무사가 있었음에도 말이지요.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사업자등록을 낼 때, 단순히 홈텍스에서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만을 알아봅니다. 그러다 보니 과⦁면세가 뭔지도 모른채, 간이과세가 뭔지도 모른채 아무렇게나 사업자등록을 신청하게 됩니다.
이처럼 우리가 사업자등록을 신청하기 전에 공부해야 할 것은 신청서 작성방법이 아니라, 신청서에 들어갈 ‘내용’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사업자등록증을 실수 없이 제대로 신청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그래도 신청서 작성방법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실 수 있게 해 놓겠습니다.)
첫째로 당신은 과세사업자인지 면세사업자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파는 물건이 부가세 과세이면 과세사업자, 면세이면 면세사업자가 됩니다. 과세사업자는 과세사업자로 사업자등록을 해야하고, 물건을 판매할 때 부가세 10%를 붙여서 팔아야 합니다. 그 부가세는 잘 모아두었다가 1년에 2번 국세청에 내야 하구요. 반면 면세사업자는 면세사업자 등록을 하고, 물건을 팔 때 부가세를 붙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부가세법상 신고납부 의무도 없습니다. 만약 과세상품과 면세상품을 모두 판매한다면 과세사업자를 내야하고, 면세도 판매한다는 사실을 함께 신고해야 합니다. (과⦁면세 상품 구분은 여기서 이야기하기에 너무 길어지므로 다음 기회에 따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둘째로 사업자등록을 ‘언제’ 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1) 만약 당신이 사업을 준비하느라 초기투자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면, 사업자등록을 ‘미리’ 해야 합니다. 아직 매출이 발생하기 전이라도, 사업을 위한 매입에 대하여 매입세액 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비용이 발생한 시점의 과세기간 종료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사업자등록을 한다면 매입할 때 부담한 부가가치세를 전액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인터넷 쇼핑몰을 열어 8월부터 물건을 팔 생각인 당신은, 사업준비를 위한 노트북과 포장기계를 3월 1일, 550만원에 샀습니다. 아직 사업은 시작되기 전이지만, 550만원에 대한 부가가치세인 50만원을 환급받을 수가 있습니다. 단, 물건 산 날이 속하는 과세기간(1.1~6.30) 종료일로부터 20일 이내인 7월 20일 이전에 사업자등록을 한 경우에만 말이죠. (다음에 ‘적격증빙’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겠지만, 세금계산서,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등의 적격 증빙을 받아야만 공제가 가능하다는 것도 알아두셔야 합니다.)
하지만, 사업자등록을 미리 해두고 마냥 사업개시를 늦추면 안됩니다. 사업을 할 생각도 없이 매입세액 공제만 받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정당한 사유없이 6개월 이상 사업개시를 하지 않으면 사업자등록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것도 유념해두세요.
(2) 만약 사업자등록 없이 이미 사업을 시작한 이후라면, 언제까지 사업자등록을 해야 할까요? 부가세법에서는 사업개시일 20일 이내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만약 그 기한을 넘겼다면, 몇 가지 불이익이 생깁니다. 우선, 사업자 등록신청 전까지 발생한 매출액의 1%를 가산세로 내야 합니다. 이것은 20일을 넘기는 순간 무조건 부담해야 하는 불이익이죠. 두 번째는 매입세액 공제가 불가능합니다. 이건 꽤나 심한 패널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입한 물건값의 10%를 날리는 거니까요. 다행인 것은, 과세기간 종료 후 20일 이내에 사업자등록을 한다면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적어도 이 기간은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세번째로 당신은 간이사업자, 일반사업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간이사업자란 과세사업자 중에서 1년간 매출액이 4800만원 미만인 영세사업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처음 사업자등록을 할 때에는 1년간 매출이 얼마가 될지 모르므로 대부분 간이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라면 거의-무조건(?) 간이사업자가 유리합니다.
간이사업자는 부가세 10%가 아니라 0.5%~3%만 내면 됩니다. 연간매출 3천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를 아예 내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일반과세자는 1년에 2번 신고납부해야 하지만, 간이과세자는 1년에 1번만 신고납부하면 됩니다. 어떻게든 간이사업자를 유지하기 위한 갖가지 꼼수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간이사업자에게 혜택이 크다는 방증이겠죠.
하지만 고려해야 할 문제점도 있습니다.
우선 간이과세자는 물건을 판매할 때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가 없습니다. 나의 고객이 사업자라면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사업자 고객을 유치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깁니다. 또, 간이사업자는 매입세액이 매출세액보다 크더라도 환급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초기시설투자비용이나 재고구입비가 큰 경우에는 매입세액 공제가 제한적이므로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간이과세자를 신청하더라도 1년간 매출이 4천8백만원이 넘거나, 간이사업자 배제업종에 해당하거나, 사업장 위치가 간이사업자 배제지역에 있다면 간이가 불가능합니다. 이때는 처음부터 일반과세자가 될수도 있고, 다음해에 일반사업자로 전환될 수도 있습니다.
이상 사업 시작전, 즉 사업자등록 신청 전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첫째, 내가 과세사업자인지 면세사업자인지 구별해야 한다. 둘째, 사업자등록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셋째 간이과세로 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으로 필요한 사항을 하나씩 알아간다면 사업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 사업자등록증 신청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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